아침부터 열심히 물놀이를 즐겼더라도 저녁에 숙소에서 피로만 풀기엔 우리의 여행일정은 짧기만 합니다. 10월 말의 오키나와는 낮이 조금 짧은 느낌이었습니다. 오후 6시만 되어도 깜깜한 밤이 되어 버렸죠. 하지만 오후 4시 30분부터 5시 30분 정도까지의 석양이 지는 하늘은 너무나도 아름다웠습니다. 바다에서 바라보는 노을이 아닌 높은 언덕 위에서 탁 트인 오키나와의 풍경과 노을을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자키미 성터를 방문해 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만좌모 같은 유명한 관광지도 있겠지만, 저는 만좌모에서 보았던 풍경보다 자키미 성터에서 만났던 오키나와의 전경이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1. 자키미 성터 위치
자키미 성터는 오키나와 본섬 중부, 요미탄손(読谷村)에 위치해 있습니다. 나하공항 기준으로 차로 약 50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습니다. 대중교통으로도 방문은 가능하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나하 버스터미널에서 120번 버스를 타고 "자키미 성터 입구" 정류장에서 하차해서 도보로 약 1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하니 렌트카 없이 여행하시는 분들도 참조 부탁 드립니다. 저희는 렌트카를 이용해서 갔는데, 차량 1대 지나갈 정도의 좁은 길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차와 마주쳤을 경우에는 역시나 먼저 양보해 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언덕길에 구불구불한 길도 지나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나름 운전해서 가는 재미가 또 있었습니다. 입장료는 별도로 없었고,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관광객들은 거의 없는 한적한 장소였습니다.
- 주소: 沖縄県中頭郡読谷村座喜味708-6
- 맵 코드: 206 033 067*77
- 구글맵 : 자키미 성터
2. 자키미 성터에 대해
자키미 성터는 류큐 왕국 시대의 성터로 석회암으로 만든 곡선형 성벽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발 125m의 언덕 위에 위치해 있어서 마치 전망대에 올라온 기분을 느끼게 해 줍니다. 카기미 성터는 성벽, 정문, 우물 등 당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비교적 잘 보존된 유적입니다. 하지만 성은 남아있지 않고 성벽만 남아있었습니다. 성벽만 남아있는 이유로는 목조 건물의 부식으로 자연재해나 화재 등으로 소실되고, 여러 차례에 걸친 류큐 왕국의 전쟁으로 인하여 성의 모습은 없어졌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류큐 왕국 시대에는 성을 해체하여 다른 건축물에 재료를 재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는데 카기미 성의 목재나 기와 등이 다른 건물의 건축에 사용되었을 수도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성벽만큼은 15세기에서부터 현재까지 아주 튼튼한 모습으로 남아있습니다.
3. 좋았던 점
자키미 성터가 좋았던 점은 해발 125m에 위치해 있는 만큼 정말 탁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로는 성벽으로 올라가는 산책길도 예쁘고 많은 나무들이 있어서 좋은 공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도 많지 않은 곳이라 조용하게 둘러보며 석양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성벽 위로 올라가서 느끼는 석양은 정말 사진에 담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와이프가 선택한 방문지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너무나 좋았던 곳이었습니다. 그리 큰 성터는 아니지만 알 수 없는 웅장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전망대에 올라 오키나와의 색다른 매력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자키미 성터를 방문해 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